"할머니 피부가 고우세요"


                            동시사랑   이문자



"할머니 피부가 고우세요"


글로리아의 예쁜 목소리가 들린다.


"뭐라고?"


전혀 기대하지 못한 말이었지만

다시 몇 번이고 듣고 싶은 말이다

내게 이렇게 말해 준 예쁜 손녀 글로리아! 


연륜이 더할수록,

그것도 조그만 텃밭을 가꾸느라 

여름 내내 햇볕에 쐰 얼굴,

군데 군데 검버섯도 보이고... 

알지못한 새에 생겨난 점들이 속상하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이 있는 날이다.

여느 날 보다 더 예쁘게 치장하고픈 할머니의 마음을 알았는지 

글로리아가 새벽부터 깨어 나를 챙긴다. 


20년 동안 손녀를 돌보며 생각을 안해 본 것은 아니다. 

글로리아가 커서 이따금 나의 손톱에 마니큐어도 해 주고 

한번 씩 얼굴을 맛사지 해 줄 것을 생각은 해 보았다. 

그러나 혹여 그런 날이 올런지?

약간의 스쳐 지나가는 기대였을 뿐이었다.

공부에 열중해야 하고 나름 제 할일도 적지 않은데 

어찌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까?  

글로리아가 마음 쓰지 않으면 이 할머니가 

철없이 청할 일은 아니다. 


"할머니 반듯하게 누우세요!" 


베개를 놓아주고 나를 눕힌다.

내 가슴이 팔닥거린다.


글로리아가 나의 얼굴을 매만진다. 

수분크림을 바르고 엣쎈스를 바르고 

영양크림을 바르고 

콤팩트의 분을 톡톡톡 가볍게 두드린다.

나는 편히 누워 두 눈을 감고 이 아이가 주는 행복을 누린다. 

맘 가득 행복이 스믈스믈 차오른다. 


아이가 눈화장을 한다. 

눈가에 약간의 색조화장을 하고 

이제 아이라인을 그려야 할 차례다. 


"할머니 눈을 떠 보세요! "


아이의 청을 따라 눈을 떴다. 


아! 거기, 바로 내 얼굴에 맞닿을 듯 가까운 곳에 

꽃같이 예쁜 얼굴, 글로리아의 조그만 얼굴이 있다. 


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프리 만치 예쁜 나의 손녀, 

글로리아가 나를 들여다 보고 있다. 


글로리아가  

아이라인을 정성껏 그린다.


또렷해진 눈,

볼에 약간의 연지도 펴 놓았네. 


늘 쓰던 립스틱 보다 조금 더 붉은 빛으로 

입술을 그린다.


"할머니, 화장이 잘 되었어요.

 이제 거울을 보세요"


거울 속의 내가 눈부시다.

어찌 그리 금방 눈부시게 예뻐졌을까마는 

아이의 사랑이 덧 입혀져 눈부신게다.


딸이 사준, 소매 끝에, 목 둘레에 프릴이 곱게 달린 

검정색 블라우스를 입는다. 

교회에서 통일하여 준비한 다홍색 스카프를 조심스레 늘어 뜨린다.


오늘 주님께 드리는 성탄 칸타타 공연은 정말 좋을 거다. 

내가 평소보다 열 배(?) 더 열심히, 정성을 다해 부를테니까.


교회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이 날 듯이나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