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42편: 인생의 겨울이 오면

세분의 할머니가 버스 정류장에서 신세타령을 시작했다.

첫번째 할머니 왈 
"아! 글쎄 요즘엔 기억력이 떨어져 계단을 오르다가 한번 쉬고나면 
이게 오르다가 쉬는 건지, 내려가다가 쉬는 건지 당췌 헷갈려" 
  
그러자, 두번째 할머니 왈 
" 말도 마, 나는 침대에 앉아 있다 보면 누우려고 앉은 건지, 자다가 일어나 앉은 건지 당췌 헷갈려" 
  
잠자코 있던 세번째 할머니가 웃으면서 가라사대, 
"이런 멍청한 할망구들 같으니, 근데 시방 우리가 버스에서 내린겨? 타려구 서 있는겨?" 

이상은 퍼 온 글이다.

이제 인생 6학년을 훌쩍 넘어 7학년에 도착하기 일보 직전인 나로서는 이 스토리를 웃기만하고 지나칠 수는 없을것 같다.

나는 몇 년이나 더 살면 이 할머니들처럼 되려나 상당히 궁금해진다.

지인중에 아주 기억력이 뛰어난 분이 있는데 요즘에는 사람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성"이 이제는 "눈앞에 너무 가까이 보이는 시온성"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길게 남지 않은 인생의 여정을 즐겁고 아름답게 마쳐야하겠다.
자녀들과 손주들이 나의 발자취를 보며 따라서 걸어보고 싶은 소망이 가득하게.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라는 책에서 한 남자가 착각하는 병에 걸려서 아내의 머리가 모자로 보여 그녀의 머리를 잡아 자신의 머리에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늙으면 많은 것들이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제 멋대로 돌아 갈수 있나보다.

나도 매우 조심해야겠다. 
요즘은 내 머리카락 하나 하나에 이름을 붙일 정도로 풀이 자라지 않아서 운동할 때나 외출할때에 모자를 자주 쓰고 다니며 최근 몇년 동안에는 다른 욕심은 별로 없는데 모자만 보면 눈길이 자꾸가서 절제하느라 상당히 피곤하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모자가 퍽이나 많다. 
모자들이 모두 늙어 사용 불가이기전에 나는 분명 죽을것이다.

주님께 기도한다. 아내 머리가 모자로 보이지 않게. 

치매인 아버지가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아들에게 되풀이하여 물어 보니까 아들이 짜증을 내며 대꾸도 하지 않는다.

곁에 계시던 어머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네가 어렸을 적에 아빠에게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되풀이하여 물어볼때 네 아빠는 단 한번도 귀찮아 하지 아니하고 몇 번이고 똑같은 답을 해 주었단다."

자식의 사랑은 결코 부모님의 사랑을 이길 수가 없다. 

우리 모두 부모님을 즐겁게 해 드리면 너무 좋겠다. 

더 이상 행복하게 해 드릴 기회를 잃어 버리기 전에.